저희 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받으신 게 벌써 꽤 오래된 일인데, 그때 저는 뭘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조차 몰랐습니다. L4~5, 즉 요추 4번과 5번 사이 디스크가 터진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게 얼마나 심각한 건지 실감을 못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과정이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었다는 게 보입니다. 허리 통증은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자세와 습관의 결과입니다.

나쁜 자세가 디스크 손상으로 이어지는 과정
허리 통증을 단순히 "삐끗했다"거나 "갑자기 왔다"고 보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디스크 손상은 대부분 반복적인 압박이 누적되면서 진행됩니다.
척추 사이에는 섬유륜(annulus fibrosus)이라는 구조물이 있습니다. 섬유륜이란 디스크의 외벽을 이루는 여러 겹의 섬유 조직으로, 디스크 내부의 수핵을 감싸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허리를 자주 구부리거나 오래 앉아 있으면 이 섬유륜에 반복적인 긴장이 가해지고, 조금씩 미세하게 찢어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잠깐 아팠다가 저절로 낫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찢어지고 아물고 다시 찢어지는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상처가 점점 깊어집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디스크가 터지면서 방사통, 즉 엉덩이와 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극심한 통증이 생기게 됩니다.
요추 전만(lumbar lordosis)이라는 말도 여기서 중요합니다. 요추 전만이란 허리가 앞으로 자연스럽게 휘어진 C자 곡선을 말하는데, 이 곡선이 유지되어야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고르게 분산됩니다. 서 있을 때 이 각도가 약 60도라면, 그냥 앉기만 해도 40도 이하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오래 앉아 있다는 말이 곧 허리를 구부린 채 유지한다는 뜻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저도 솔직히 이건 알기 전까지는 '앉아 있는 게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자세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보니,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분들이 왜 그렇게 허리가 아픈지 이해가 됐습니다. 핸드폰을 보면서 걷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개가 숙여지면 상체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고, 그 하중이 고스란히 허리 디스크 전면부에 집중됩니다.
허리 건강을 해치는 대표적인 동작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허리를 구부린 채 바닥에 있는 물건을 집는 동작
- 장시간 앉아서 요추 전만 곡선이 무너진 상태 유지
- 핸드폰을 보며 구부정한 자세로 걷기
- 앉았다 일어날 때 허리를 먼저 구부렸다 펴는 동작
- 재채기나 기침 시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자세
국내 건강보험 청구 자료에 따르면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 환자 수는 매년 200만 명을 웃돌고 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 많은 분들이 하루아침에 아파진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쌓인 잘못된 자세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신 운동으로 허리를 지탱하는 몸 만들기
허리가 아프면 허리만 집중적으로 스트레칭하거나 코어 운동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게 절반짜리 접근이라고 봅니다. 제 경험상, 몸은 절대 부위별로 따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에는 전면 근육 사슬과 후면 근육 사슬이 있습니다. 후면 사슬(posterior chain)이란 발뒤꿈치에서 종아리, 햄스트링, 둔근, 척추기립근을 거쳐 목까지 이어지는 근육과 결합조직의 연결망을 말합니다. 허리 통증이 있는 분들을 보면 이 후면 사슬 전체가 약하거나 경직된 경우가 많습니다. 허리만 따로 강화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이유입니다.
저희 가족을 보면 특히 이 부분이 눈에 띕니다. 근력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허리가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허리만 따로 보는 게 아니라 전신의 균형 자체가 무너진 상태라고 느꼈습니다. 반면 저는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했고, 그 덕분인지 가족들에 비해 허리 불편함이 덜한 편입니다. 물론 유전적인 요소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생활 습관과 근력이 확실히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코어 트레이닝(core training)도 중요한 개념입니다. 코어 트레이닝이란 단순히 복근 운동이 아니라 척추를 둘러싼 심부 근육군, 즉 횡격막·골반저근·다열근·복횡근을 함께 안정화하는 훈련을 의미합니다. 이 심부 근육들이 잘 활성화되어야 허리 디스크가 받는 압박이 줄어들고, 일상적인 움직임에서 척추가 보호됩니다. 단순히 윗몸일으키기나 플랭크만 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입니다.
실제로 운동 습관이 허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로도 확인됩니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만성 요통 예방 및 재발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다수의 임상 연구에서 지지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재활의학회). 단, 잘못된 자세로 걷거나 달리면 오히려 허리를 더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통증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허리를 펼 때 허리 가운데가 뻐근하게 아픈 통증은 디스크가 회복되면서 생기는 신호로 볼 수 있는 반면, 구부리거나 재채기할 때 찡하게 오는 통증은 섬유륜이 더 찢어지고 있다는 경고 신호입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허리를 지키는 데 큰 차이가 생깁니다.
허리 통증은 결국 허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의 균형, 생활 습관, 그리고 오랜 시간 쌓인 자세의 총합입니다. 어머니가 수술을 받으셨을 때 아무것도 몰라서 옆에서 그냥 지켜보기만 했던 기억이 지금도 아쉽게 남습니다. 지금이라도 허리가 가끔 뻐근하다고 느끼신다면, 그 통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허리만 잡으려 하기보다는 전신을 함께 움직이는 습관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허리 통증이 심하거나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mcgdf75yKY&list=PLx4FPnDh-D0Mz0TWo5mQIrvHVQRZrQawy&index=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