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도 처음엔 "자리만 잘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동네 돌아다니다 보면 헬스장은 계속 생기고, 임대 붙은 건물도 한 블록 건너 하나씩 보이거든요. 그런데 2026년 1분기 기준으로 피트니스 센터 신규 개업보다 폐업이 더 많아진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멋있어 보이는 창업의 현실이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인 것 같습니다.

피트니스 시장,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공식적으로 인구소멸위기지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최근 몇 달 사이에 신규 개업한 피트니스 센터를 두 군데나 직접 목격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게 좀 이상한 거더라고요. 인구는 줄고 있는데 공급은 늘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국내 피트니스 사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왔는데, 2026년 1분기에 처음으로 사업자 수 순감소가 발생했습니다. 신규 개업보다 폐업이 더 많아진 첫 분기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이를 구조적 변곡점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참고로 국내 스포츠 시설업 관련 통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기적으로 집계합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제가 보기엔 공급 과잉과 비용 구조 문제가 동시에 터진 결과입니다. 인테리어 비용은 계속 올라가고, 이탈리아산 고급 기구에 수천만 원을 쏟아붓는 곳들이 늘었는데, 정작 회원권은 3개월에 9만 원 수준으로 박리다매 경쟁을 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투자 대비 수익, 즉 ROI(Return on Investment)가 맞지 않는 상황입니다. ROI란 투입한 비용 대비 실제 이익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쉽게 말해 "이 돈 투자해서 언제 뽑느냐"의 문제입니다.
헬스장의 경우 창업 비용이 보통 수억 원대인데, 통상 2년 내 원금 회수를 성공으로 봤지만 요즘은 3년도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영업이익(매출에서 실제 운영 비용을 제외한 순수 이익)이 나지 않는 매출만 쫓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케이스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시설이 아니라 '경험'이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저는 이 질문을 꽤 오래 품고 있었습니다.
운동을 업으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업을 꿈꾸게 됩니다. 근데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지금 당장 자본금이 충분하지 않고, 무엇보다 "왜 굳이 여기를 와야 하냐"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전문 지식이나 티칭 능력은 이제 기본값이 돼버린 느낌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사실입니다. 트레이너 자격증 하나 있다고 차별점이 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 소비자들은 하드웨어 측면, 즉 기구나 인테리어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됐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유튜브만 봐도 운동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소비자는 이제 시설 말고 다른 걸 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헬스장 매출의 핵심 고객층이 여성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구매력도 높고 장기 유지율도 높은 여성 고객을 잡으려면 무거운 바벨이 즐비한 헬창 중심의 공간 구성으로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고객 유지율(Retention Rate), 즉 회원이 얼마나 오래 다니느냐를 좌우하는 건 청결, 친절, 그리고 분위기라는 게 현장에서 확인된 이야기입니다. Retention Rate란 특정 기간 동안 기존 고객이 이탈하지 않고 남아 있는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구보다 사람의 온도가 먼저입니다.
피트니스 매니지먼트(Fitness Management) 관점에서 보면, 지금 살아남는 곳들은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을 세심하게 설계한 곳들입니다. 고객 여정이란 고객이 처음 센터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등록, 이용, 재등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를 체계적으로 기획하는 것을 말합니다. 청결하고, 인사가 따뜻하고, 선생님이 이름을 기억해주고, 끝나고 나서도 뭔가 챙겨주는 느낌. 이게 결국 회원을 붙잡는 힘입니다.
이 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스포츠산업 실태조사에서도 뒷받침됩니다. 소비자 만족도 항목에서 '서비스 친절도'와 '시설 청결도'가 '기구 품질'보다 지속 이용 의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국민체육진흥공단).
생존 가능한 피트니스 센터의 핵심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객 여정 설계: 첫 방문부터 재등록까지 경험을 의도적으로 기획할 것
- 타깃 명확화: 여성 고객 중심의 공간 구성과 서비스 설계
- 수익 구조 검토: 투자 비용 대비 회수 기간을 역산해 가격 정책을 세울 것
- 소프트웨어 경쟁력: 전문성과 친절, 청결이 하드웨어보다 먼저 갖춰질 것
바레, 지금 이 타이밍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지금 이 시장에서 어떤 방향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최근 바레(Barre)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바레란 발레의 동작과 필라테스, 피트니스를 결합한 복합 운동 종목입니다. 쉽게 말해 발레의 유연성과 필라테스의 코어 운동, 여기에 유산소 요소를 섞은 그룹 운동입니다. 17평 정도의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최대 8명을 수용하는 소규모 그룹 레슨 구조로 운영되는 게 특징입니다.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꽤 인상적입니다. 제가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잘 운영되는 바레 센터는 4개월 만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일반 헬스장 기준 2~3년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구조입니다. 수강료도 필라테스 대비 약 두 배 수준을 받는 경우가 있어,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물론 바레 시장도 경쟁이 빠르게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빠르게 가맹점을 늘리고 있고, 필라테스 강사들이 전환 수료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스포엑스(SPOEX, 대한민국 스포츠 박람회)에서 바레를 표방한 부스가 여럿 있었는데, 다들 내용이 제각각이었다는 점은 아직 업계 표준화가 덜 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레처럼 필라테스와 요가 등의 종목은 현재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있어 스포츠 시설업 관련 규정의 테두리 밖에 있습니다. 코로나 때도 이 업종의 사업자 수나 종사자 수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이 법적 사각지대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필요한 과제입니다. 앞으로 이 부분이 정리되면 업계 전반의 투명성과 보호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지금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단순한 트렌드 따라가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창업을 마냥 꿈으로만 두지 않으려면, "내가 가진 무기가 뭔지"를 먼저 정직하게 점검하는 게 순서라는 걸 요즘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기구가 좋은 곳은 늘 더 나온다. 그런데 내가 만드는 경험과 분위기는 대체할 수 없습니다.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 한 가지 질문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여기 와야 할 이유가 뭔지, 회원이 말로 설명할 수 있나?"라고요.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창업 또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창업 전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mnHm0yLq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