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스키 강사로 일하던 시절, 제 몸에 나타나는 위험 신호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영하 15도에서 20도를 오가는 환경에서 하루 종일 강습을 진행하면서도, 그저 '추위를 참아내는 것'이 프로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었습니다. 제 주변 동료들이 하나둘 동상으로 병원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도, 저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추운 환경에서의 운동은 단순히 '춥다'는 느낌을 넘어, 우리 몸에 심각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저체온증, 단순한 추위가 아닙니다
저체온증(Hypothermia)은 체내 열 손실이 열 생산을 초과할 때 발생하는 응급 상황입니다. 여기서 저체온증이란 중심 체온이 35도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의미하며, 심각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응급의학회).
제가 스키장에서 근무할 때, 한 수강생이 갑자기 몸을 심하게 떨기 시작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추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말이 어눌해지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걸 보고 바로 실내로 모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초기 저체온증 증상이었던 거죠.
저체온증의 주요 위험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젖은 옷을 입은 채 장시간 추위에 노출
- 낮은 체지방률과 고령
- 저혈당 상태에서의 야외 활동
- 바람과 습도가 높은 환경
특히 비가 오거나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있을 때는 체온 손실 속도가 급격히 빨라집니다. 저는 강습 중간에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좀 춥다'는 느낌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동상의 실체와 예방법
동상(Frostbite)은 조직의 온도가 0도 이하로 떨어질 때 발생하는 한랭 손상입니다. 피부 조직이 실제로 얼어붙는 것이며, 심한 경우 조직 괴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스키장에서 목격한 동상 사례들은 대부분 발끝과 손끝에서 시작됐습니다. 2시간 이상 추운 환경에서 강습을 진행하면, 아무리 두꺼운 장갑과 양말을 착용해도 말단 부위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한 동료는 강습 후 부츠를 벗었을 때 발가락이 창백하고 감각이 없어져서 결국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체감온도지수(Wind Chill Temperature, WCT)는 풍속과 기온을 이용해 실제로 느끼는 추위의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출처: 기상청). 예를 들어 실제 기온이 영하 10도라도 풍속이 초속 10m라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실수했던 부분은 날씨 예보의 기온만 보고 판단했다는 점입니다. 스키장 정상 부근은 바람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실제로 느끼는 추위는 예보보다 훨씬 심했습니다. 게다가 스키를 타면서 이동할 때 생기는 바람까지 고려하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집니다.

운동유발성 기관지수축, 겨울 운동의 숨은 적
운동유발성 기관지수축(Exercise-Induced Bronchoconstriction, EIB)은 운동 중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흡입할 때 기관지가 일시적으로 좁아지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추운 날씨에 운동하면 갑자기 숨이 차고 기침이 나는 증상입니다.
2026년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정말 감탄했던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크로스컨트리나 스키점프 선수들은 영하의 날씨에서 격렬한 운동을 하면서도 경기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일반인이라면 몇 분 만에 숨이 막힐 정도의 환경에서 말이죠.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무시하면 안 되는 문제입니다. 저도 강습 초반에는 괜찮다가, 2~3시간 지나면 목이 따끔거리고 기침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차가운 공기가 기관지를 자극해서 생긴 증상이었습니다.
EIB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본 운동 20~30분 전 고강도 준비운동 실시 (10~16분)
- 얼굴 가리개나 마스크 착용으로 흡입 공기 온도 높이기
- 천식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베타-2 작용제 휴대
실제로 얼굴 가리개만 제대로 착용해도 증상이 크게 완화됩니다. 제가 나중에 목 부분까지 올라오는 넥워머를 착용하고 나서는, 목의 따끔거림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추운 환경, 이렇게 대처하세요
추운 환경에서의 운동은 심혈관계에도 상당한 부담을 줍니다. 저온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협심증이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분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제가 스키 강사로 일하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원칙은, '춥다고 느껴지면 이미 늦었다'는 점입니다. 추위를 느끼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강습 시작 전 충분한 준비운동으로 체온을 높이고, 1~2시간마다 반드시 실내로 들어가 몸을 녹였습니다.
옷은 여러 겹 겹쳐 입되, 땀을 빠르게 배출하는 소재를 선택해야 합니다. 땀에 젖은 옷은 오히려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강습 도중 땀이 나면 중간층 옷을 벗어서 체온 조절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추운 날씨에는 실외 운동을 피하라고 하는데, 제 경험상 적절한 준비만 한다면 충분히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거나, 바람이 매우 강한 날은 실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지금도 겨울철 야외 활동을 즐기지만, 예전처럼 무모하게 추위를 참지는 않습니다.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적절한 휴식과 보온을 통해 안전하게 운동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특히 동계 스포츠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저체온증과 동상의 초기 증상을 반드시 숙지하고 계셔야 합니다. 제가 운 좋게 큰 사고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건, 정말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운에 의존하지 마시고, 철저한 준비로 안전한 겨울 운동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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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blog.naver.com/minju3130/223442438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