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이 있는 아이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정상 아동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뇌 문제와 장이 무슨 상관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파킨슨병, 자폐증, 심지어 알츠하이머까지 장과 뇌의 연결고리를 추적하는 연구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자폐, 파킨슨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일상에서 실제로 뭔가를 바꿀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자폐와 장내 미생물, 아직은 조심스러운 이야기
킴벌리는 세탁실에서 가장 손이 빠른 직원입니다. 게으름을 부리거나 딴청을 피우는 법도 없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어요?"라는 단순한 질문에는 선뜻 답하지 못합니다. 자폐증이 있는 킴벌리에게는 그런 열린 질문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킴벌리의 아버지는 자폐 연구자인 아담스 교수입니다. 딸의 진단을 받은 날 이후 그는 자폐 연구에 뛰어들었고,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담스 교수는 장내 미생물 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치료를 연구해왔습니다. FMT란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환자의 장으로 옮겨 미생물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치료법으로, 쉽게 말해 장 안의 미생물 환경을 리셋하는 시도입니다. 킴벌리는 당시 연구 대상 연령을 넘겨 직접 참여하지 못했지만, 아담스 교수는 앞으로 배변 장애가 없는 성인 자폐 환자를 대상으로 한 84명 규모의 임상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 큰 규모의 3상 임상시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지켜볼 예정입니다.
자폐의 원인을 장내 미생물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부분은 아직 조심스럽습니다.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사람마다 발현 방식도 달라서 단일 원인으로 단정 짓기엔 이릅니다. 그래도 장과 뇌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방향 자체는 흥미롭다고 봅니다.
- FMT(장내 미생물 이식): 건강한 공여자의 미생물을 환자 장에 이식하는 치료법
- 아담스 교수의 신규 연구는 배변 장애 없는 성인 자폐 환자 84명 대상 임상
- 자폐 원인은 복합적이므로, 장내 미생물이 '일부 요인'이라는 시각이 현재 학계의 주류
파킨슨병과 장-뇌 축, 변비가 보내는 신호
68세의 로자 헤러는 2013년 파킨슨병을 진단받았습니다. 파킨슨병은 신경이 굳어가는 병으로,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면서 몸의 움직임이 뻣뻣해지고 둔해집니다. 정기 검진에서는 얼마나 유연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반복적으로 확인합니다. 그런데 파킨슨 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또 다른 증상이 있습니다. 바로 만성 변비입니다.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장과 뇌가 신경, 면역, 호르몬 경로를 통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구조를 말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파킨슨 환자의 변비는 단순한 소화 문제가 아니라 장 신경계가 먼저 손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장에 만성적인 세균성 장염이 생기면, 장벽에서는 이 미생물을 처리하려고 특정 단백질이 과다 생성됩니다. 이 과다 축적된 단백질이 장 신경계를 거쳐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파킨슨병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지점입니다.
제 주변에서 파킨슨병 환자를 직접 만난 경험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저희 할머니께서 치매가 있으셨는데, 기억을 잃는다는 게 본인보다 주변 가족에게 주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는 직접 느꼈습니다. 파킨슨이든 치매든, 뇌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은 발병 훨씬 이전부터 몸 어딘가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연구 흐름은 그래서 저에게는 단순한 학술 이야기가 아닙니다.
파킨슨병의 장-뇌 축 연관성에 대한 연구 현황은 출처: 미국 국립신경장애·뇌졸중연구소(NINDS)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시작되는 자폐, 임신 중 장내 미생물의 역할
최근 자폐의 원인을 추적하는 연구 중 하나가 임산부의 장내 미생물에 주목했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미 쥐 실험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보통 쥐의 장 안에는 절편 섬유상 세균(Segmented Filamentous Bacteria, SFB)이 살고 있는데, 이 미생물이 존재할 때 바이러스 감염 시 특정 면역 반응이 활성화됩니다. 이때 면역 세포가 만들어내는 단백질, 즉 솔루블 팩터(Soluble Factor)가 어미 태반을 가로질러 태아의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솔루블 팩터란 세포에서 분비되어 다른 세포나 조직에 영향을 주는 단백질 신호 물질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면역 세포가 보내는 화학 메신저입니다. 자극을 받은 새끼 쥐의 뇌 영역은 자세나 운동 상태에 반응하는 부위였고, 이 영역이 손상되면 사회성 결여나 자폐적 성향이 나타납니다. 어미 쥐에게서 절편 섬유상 세균을 제거했더니,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정상적인 새끼가 태어났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자폐 원인의 일부가 임신 중 엄마의 장내 환경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이 연구를 보면서 '그럼 임산부는 모든 걸 다 조심해야 하나'라는 피로감이 먼저 드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써보니, 아니 직접 겪어보니, 임신 중에는 이미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다만 이 연구의 의미는 공포를 주려는 게 아니라,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큰 그림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폐 원인 규명에 대한 최신 연구는 출처: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에서도 정리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절편 섬유상 세균(SFB):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장내 세균으로, 임신 중 감염과 결합 시 태아 뇌에 영향 가능
- 솔루블 팩터(Soluble Factor): 면역 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 신호 물질로, 태반을 통과해 태아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음
- 어미 쥐의 SFB 제거 실험: 바이러스 감염 후에도 정상 새끼 출산 → 장내 미생물이 핵심 변수임을 시사
식이섬유와 프리바이오틱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
미생물 생태계 연구자인 제프 리치는 사막에서도 먹을 것을 찾아냅니다. 그가 주목하는 식품 중 하나는 아가베(Agave)입니다. 아가베에는 프럭탄(Fructan)이라는 성분이 풍부한데, 이는 위와 소장에서 소화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입니다. 프리바이오틱스란 장내 유익균이 증식하는 데 필요한 먹이 역할을 하는 비소화성 식이성분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좋은 미생물을 키우는 비료입니다.
리치가 마트에서 가장 먼저 집는 채소는 파, 마늘, 양파입니다. 이 채소들에 들어 있는 특수 식이섬유는 유익균의 성장을 돕는 동시에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합니다. 특히 대파는 흰 부분만 먹는 경우가 많은데, 초록 잎까지 모두 먹어야 식이섬유를 제대로 섭취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제가 직접 챙겨보니, 이런 재료들은 특별히 돈을 쓰지 않아도 이미 주방에 다 있는 것들이라 실천 장벽이 낮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조심스러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유튜브나 SNS에서 "이걸 먹으면 장이 좋아진다", "이 음식이 자폐를 개선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너무 쉽게 나돌고 있습니다.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폐나 파킨슨 같은 질환은 더더욱 한 가지 음식이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중요한 건 하루 이틀의 특식이 아니라, 매일 밥상에서 식이섬유를 챙기는 꾸준함입니다.
-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비소화성 식이성분 — 양파, 마늘, 대파, 아가베 등에 풍부
- 식이섬유는 위·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이동해 미생물 생태계를 직접 부양
- 대파는 흰 부분뿐 아니라 초록 잎까지 섭취해야 식이섬유 효과를 온전히 얻을 수 있음
자폐,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이 질환들이 장내 미생물과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들을 보면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몸은 하루 이틀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킴벌리 아버지가 20년 가까이 연구를 이어온 것처럼, 미생물 생태계도 하루아침에 재편되지 않습니다. 결국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어떤 특별한 치료보다 매일의 식사와 생활 습관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운동이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혈류 순환을 돕고 인지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식이섬유 섭취, 수면, 스트레스 관리와 함께 패키지로 움직여야 합니다. 오늘 저녁 밥상에 파 하나, 마늘 한 쪽 더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fYy_ffPW4g&list=PLx4FPnDh-D0Mz0TWo5mQIrvHVQRZrQawy&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