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을 없애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염증은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내 몸이 살아있다는 증거였습니다. 문제는 염증 자체가 아니라, 왜 염증이 반복되는지 그 원인을 모른 채 살아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염증은 왜 생기는가 — 만성 염증의 작동 원리
발바닥이 너무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며칠 쉬면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걸을 때마다 신경 쓰일 정도로 계속 아프니까 결국 병원을 찾았습니다. 막상 가보니 물리치료를 권유받았고, 솔직히 그 순간은 좀 허무했습니다. "이걸로 끝이야?" 싶었거든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 곰씹어 보니 정작 중요한 건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왜 아픈지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가만히 떠올려보니 신발을 바꾸고 나서부터 아프기 시작했더라고요. 원인이 그대로인데 치료만 받았다면 아마 똑같은 증상이 다시 왔을 겁니다.
염증이 작동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합니다. 우리 몸에는 대식세포(Macrophage)라는 면역 세포가 있습니다. 대식세포란 조직을 지키는 일종의 수위 역할을 하는 세포로, 외부에서 이물질이나 병균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달려가 이를 잡아먹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반응은 본질적으로 과잉 반응입니다. 불이 났을 때 소방관이 주변 차를 부수더라도 일단 불부터 끄는 것처럼, 대식세포도 주변 정상 조직이 다소 손상되더라도 일단 적을 제압하는 데 집중합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렸을 때 느끼는 발열, 통증, 발적(피부가 붉어지는 것), 부종은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게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병균을 물리치기 위해 벌이는 전투의 흔적입니다.
문제는 이 과잉 반응이 만성화될 때입니다. 만성 염증(Chronic Inflammation)이란 일시적인 면역 반응이 끝나지 않고 수개월, 수년에 걸쳐 지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동맥경화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으로 혈관 내벽이 손상되면, LDL(저밀도 지단백)이라는 콜레스테롤 운반 물질이 손상 부위로 침투하게 됩니다. LDL이란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각 세포로 운반하는 입자인데, 손상된 혈관벽에 과도하게 쌓이면 대식세포가 이를 제거하려다 결국 터져버리고, 그 결과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 찌꺼기가 가득 쌓인 상태가 됩니다. 이것이 동맥경화증입니다.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근본 경로가 염증과 맞닿아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만성 염증을 키우는 생활 습관적 요인도 분명합니다. 비만과 고혈당 상태에서는 면역 시스템이 과잉 반응 수준으로 세팅됩니다. 내장 지방은 단순히 에너지 저장소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염증 신호를 분비하는 기관처럼 작동합니다. 당화혈색소(HbA1c)가 6.5%를 넘으면 당뇨로 진단하는데, HbA1c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를 반영하는 지표로 혈액 내 포도당이 적혈구에 얼마나 달라붙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수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만성적인 고혈당 상태, 즉 만성 염증이 심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다 — hs-CRP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몸이 아플 때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실수는 '치료를 받으면 해결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치료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원인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통증만 줄이는 방식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신발을 바꾸지 않았다면 발바닥은 또 아팠을 것이고,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만성 염증도 다시 돌아옵니다.
그렇다면 만성 염증이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현재 의학적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hs-CRP입니다. hs-CRP(고감도 C반응단백)란 간에서 합성되는 단백질로, 몸 어딘가에 염증이 생기면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는 특성을 가집니다. 일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을 때 검사했을 때 0.1 mg/dL을 넘는다면 만성 염증 상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준입니다. 감기만 걸려도 수치가 크게 오르기 때문에 반드시 몸 상태가 가장 좋을 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성 염증을 관리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hs-CRP: 컨디션이 좋은 날 기준으로 0.1 mg/dL 이하가 정상 범위
- 당화혈색소(HbA1c): 6.0% 이하가 정상, 6.5% 이상이면 당뇨 진단 기준
- 허리둘레: 남성 90cm, 여성 85cm 초과 시 내장 지방 과잉으로 판단
이 세 가지 지표 중 하나라도 기준을 넘는다면 3~6개월 정도 생활 습관을 점검하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다시 확인해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콜히친(Colchicine)이라는 통풍 치료제를 저용량으로 장기 복용했을 때 심근경색과 동맥경화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임상 시험이 여러 차례 성공했고, 미국 FDA가 만성 염증 치료제로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콜히친이란 본래 통풍의 극심한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강력한 항염증제인데, 이 약이 만성 염증 억제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확인된 셈입니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만성 염증의 정확한 위치나 과잉 반응 정도를 수치로 보여주는 진단 방법은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가면역질환처럼 내 의지로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는 또 다른 문제이고, 스테로이드 같은 강력한 면역 억제제를 쓰면 기회 감염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기회 감염이란 면역력이 지나치게 떨어졌을 때 평소에는 아무런 해가 없는 곰팡이나 세균조차 감염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니 염증을 무조건 없애겠다는 접근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원인 — 신발, 자세, 식습관, 운동 방식 — 부터 하나씩 점검하는 게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만성 염증이 여러 질환의 공통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에서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만성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만성 염증과 연관된 비만, 고혈당, 혈관 손상을 지속적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국내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허리둘레와 대사 지표가 높은 집단에서 심뇌혈관 질환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염증이 나쁜 게 아니라, 내가 나쁜 환경을 계속 만들어왔던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 몸이 보내는 신호를 참고 버텨온 시간이 문제였지, 염증 자체가 적이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몸이 아프면 무조건 참거나 치료만 찾기 전에, 내 생활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먼저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그 작은 점검이 만성 염증을 키우는 습관을 끊는 첫 번째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에 이상이 느껴지신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087xY1NjZ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