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병 환자를 처음 담당했을 때 솔직히 막막했습니다. 책에서 배운 운동처방 원칙을 적용하려 해도 환자분의 컨디션이 매일 달랐고, 제가 제시한 강도를 따라오시기 힘들어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개인적으로 자료를 찾아보며 만성신부전(CKD) 환자에게 맞는 운동 방법을 하나씩 익혀갔습니다. 여기서 CKD란 신장 기능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질환으로, 사구체여과율(eGFR)과 소변 내 알부민 수치를 기준으로 5단계로 분류됩니다. 출처: (대한신장학회) 쉽게 말해 신장이 혈액을 거르는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입니다.
강도 설정이 가장 어렵습니다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운동 강도를 정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반인처럼 최대산소섭취량(VO2max)을 측정해서 강도를 계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VO2max란 신체가 운동 중 사용할 수 있는 산소의 최대량을 뜻하는데, 신장 기능이 나쁜 분들은 근육 피로가 먼저 찾아와 정확한 측정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운동자각도(RPE)를 전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운동자각도는 환자분이 느끼는 힘든 정도를 6~20점 척도로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환자분께서 "이게 뭐냐"고 의아해하셨지만, 몇 번 같이 맞춰가다 보니 "아, 이 정도면 12점이구나" 하고 스스로 조절하시더군요. 제 경험상 초기에는 RPE 11~12(가볍게 느껴지는 강도)에서 시작해서, 점차 13~14(약간 힘든 정도)까지 올리는 게 안전했습니다.
또한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분들은 투석 직후에는 기력이 거의 없으셨습니다. 일반적으로 투석 후 2시간 정도 쉬고 운동하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환자분 컨디션에 따라 1시간 후에도 가능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환자분께 "오늘 컨디션 어떠세요?"라고 먼저 여쭤본 뒤 운동 시작 시간을 조율했습니다.
운동 시작 전에는 가벼운 간식을 드시도록 권했습니다. 특히 투석으로 인해 저혈당 위험이 있는 분들은 운동 1시간 전쯤 바나나 반 개나 견과류 한 줌 정도를 드시면 훨씬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었습니다.

투석 환자는 따로 고려해야 합니다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분들을 지도할 때는 몇 가지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선 동정맥루(arteriovenous access)가 있는 팔로도 운동은 가능하지만, 그 부위에 직접적인 압박이나 무게를 가하면 안 됩니다. 동정맥루란 투석을 위해 팔의 동맥과 정맥을 연결해 만든 혈관 통로를 말합니다. 저는 환자분께 아령이나 밴드 운동을 시킬 때 항상 "동정맥루가 있는 팔은 가볍게만 하세요"라고 당부했습니다.
복막투석을 받는 환자분의 경우, 복부에 투석액이 가득 차 있으면 운동이 불편하셨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투석액을 빼낸 상태에서 운동 일정을 잡았고, 환자분도 훨씬 편하게 움직이실 수 있었습니다.
운동 검사를 진행할 때는 표준 검사 종료 기준을 따르되, 1~4단계 만성신부전 환자는 일반인과 동일한 절차로 진행했습니다. 다만 5단계 환자나 허약한 분들은 검사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했습니다. 출처: (대한심장재활예방학회) 트레드밀보다는 자전거 에르고미터를 선호하는 환자분이 많았는데, 초기 부하를 20~25W로 낮게 시작해서 1~3분마다 10~30W씩 올리는 방식이 안전했습니다.
특히 혈액투석 환자분들은 최고 심박수가 일반인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령으로 추정한 최대 심박수의 75%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심박수만 보고 강도를 판단하면 오류가 생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운동자각도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실전에서는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환자분이 15분도 연속으로 운동하기 힘들어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3분 운동, 3분 휴식하는 간헐적 운동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가벼운 강도(VO2R의 30~39%)로 시작하라는 의견도 있지만, 제 경험상 환자분이 "이 정도면 할 만하다"고 느끼는 수준을 찾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여기서 VO2R이란 예비 산소섭취량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안정 시와 최대 운동 시 산소 섭취량의 차이를 말합니다.
저는 환자분께 매주 3~5분씩 운동 시간을 늘려가도록 제안했고, 약 4주 후에는 30분 연속 운동이 가능해지셨습니다. 강도를 높이는 것은 그 이후였습니다. 지속 시간을 먼저 확보한 뒤 강도를 올리는 게 부상 위험도 적고, 환자분도 심리적으로 덜 부담스러워하셨습니다.
유산소 운동과 저항성 운동을 조합했을 때 효과가 가장 좋았습니다. 트레드밀이나 자전거로 20분 정도 유산소 운동을 한 뒤, 가벼운 덤벨이나 밴드로 팔다리 근력 운동을 10분 정도 추가하는 식이었습니다. 저항성 운동은 3-RM(3회 반복 가능한 최대 무게) 이상의 부하로 진행했고, 1-RM 검사는 골절 위험 때문에 피했습니다.
솔직히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환자분이 동기부여가 잘 안 되실 때도 많았고, 저 역시 지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족이나 동료에게 털어놓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저 말고는 이 환자분을 제대로 도울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집에 가서 씻지도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잔 날도 있었습니다.
주 3~5회, 회당 20~60분 정도의 운동을 목표로 했고, 강도는 중강도(RPE 12~14 또는 VO2R 40~59%)까지 점진적으로 올렸습니다. 환자분마다 차이가 있어서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었지만, 이 범위 내에서 개인 맞춤형으로 조절하니 대부분 잘 따라오셨습니다.
신장병 환자 운동 지도는 정답이 없는 영역입니다. 책에 나온 대로 딱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매번 환자분 상태를 보면서 자물쇠를 하나씩 풀어가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운동자각도라는 도구 덕분에 환자분과 소통하며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환자분이 "요즘 좀 나아진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실 때 그 보람이 정말 컸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개별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교과서가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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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blog.naver.com/minju3130/22346645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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