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로 일하다 보면 회원님의 몸 상태를 꽤 가까이서 보게 됩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당뇨병이 있는 분이 오셨을 때, 저는 처음에 전혀 몰랐습니다. 외형만 봐서는 알 수 없었거든요. 그 일을 계기로 당뇨병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당뇨병 합병증이 무서운 이유
당뇨병이 위험한 건 당장 아프지 않아서입니다. 혈당이 높아도 초기에는 별다른 신호가 없는 경우가 많고, 그 사이 몸 안에서 조용히 손상이 쌓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 중에도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했다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당뇨병의 합병증은 크게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으로 나뉩니다. 미세혈관 합병증이란 눈의 망막, 신장, 말초신경처럼 가는 혈관이 지나는 조직에 생기는 손상을 뜻합니다. 망막병증이 진행되면 시야가 흐려지다가 실명에 이를 수 있고, 당뇨병성 신증이 악화되면 투석이나 신장 이식까지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대혈관 합병증이란 심장의 관상동맥, 뇌혈관, 말초동맥처럼 굵은 혈관이 손상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더 아찔한 건, 당뇨병과 치매의 연관성입니다. 발병 메커니즘이 일부 겹치는 데다, 혈당 조절을 너무 강하게 하다 저혈당이 반복되면 뇌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병 자체도 무서운데, 병을 대하는 태도가 더 무서울 때가 있다는 걸 이 지점에서 다시 실감합니다.
20·30대도 안심할 수 없는 혈당 문제
예전에는 당뇨병을 중년 이후의 병으로 생각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젊은 회원분들을 만나다 보니, 혈당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20대에서 30대 당뇨병 환자가 10년 전 대비 각각 40%, 30% 급증했다는 수치는 실제로 체감이 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대한민국 성인 여섯 명 중 한 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고, 그 가운데 자신이 당뇨병인 줄 모르는 분도 상당수입니다. 여기서 당뇨병이란 혈중 포도당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오는 대사 질환을 말합니다. 증상이 없어서 모르는 게 아니라, 증상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이 자주 마르거나, 소변을 자주 보거나, 잘 먹는데 살이 빠지거나, 항상 나른하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젊을 때 당뇨병이 생기면 오랜 기간 고혈당에 노출되면서 합병증 위험이 그만큼 커집니다. 지금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몇 년 뒤 몸 상태를 만든다는 걸,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점점 더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식습관이 바뀌면 혈당이 바뀐다
당뇨병 관리에서 식습관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저도 한 회원님께 식습관 피드백을 드렸다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듣는 분 입장에서는 잔소리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그래도 건강 문제는 불편하더라도 결국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식사 관리에서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가공식품은 재료를 파악하기 어렵고, 첨가물이 많습니다.
- 총천연색 식단을 유지한다. 식판 위 색깔이 다양할수록 영양소를 고루 섭취한다는 신호입니다.
- 3백(흰 설탕, 흰 소금, 흰 쌀밥)을 줄인다. 고도로 정제된 탄수화물은 혈당을 빠르게 올립니다.
- 식사 순서를 바꾼다.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섭취하면 같은 양을 먹어도 혈당 상승 폭이 줄어듭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짚어야 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세포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혈당이 잘 내려가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복부 비만이 있을 때 특히 악화되는데, 과잉 칼로리 섭취와 운동 부족이 오래 쌓이면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마른 체형이라도 인슐린 분비 기능 자체에 문제가 생기면 당뇨병이 올 수 있으므로, 체중만 관리하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제로 슈거 제품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자면, 단기적으로는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과가 엇갈립니다. 더 큰 문제는 제로 음료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다른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되는 보상 심리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느 한 제품이 아니라 전체적인 식습관의 흐름입니다.
유전과 환경, 방아쇠를 당기는 건 본인이다
당뇨병은 유전의 영향을 받습니다.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두 배, 두 분 모두 있으면 네 배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선 시대에도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있었지만 당뇨병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말해주는 게 있습니다. 결국 환경적 요인이 그만큼 강하다는 겁니다.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혈당지수란 특정 음식을 섭취한 후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높이 오르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흰 쌀밥이나 정제 밀가루처럼 GI가 높은 음식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현미나 잡곡처럼 GI가 낮은 음식은 혈당 상승이 완만합니다. 매일 먹는 주식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혈당 관리에 실질적인 차이가 생깁니다.
코로나19 이후 신체 활동량이 줄고 배달 음식 섭취가 늘면서 국내 비만 인구가 증가했고, 이것이 2030 당뇨병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유전이라는 총알이 장전돼 있더라도 방아쇠를 당기는 건 본인의 생활 습관이라는 비유가 마음에 걸립니다. 가족력이 있다고 포기할 일이 아니고, 없다고 방심할 일도 아닙니다.
당뇨병은 한번 생기면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그러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당뇨 전단계에서 실제 당뇨로 진행되는 걸 막거나 늦출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잘 먹고, 꾸준히 움직이고, 정기적으로 혈당을 확인하는 것. 너무 뻔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현장에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다 보면 결국 이 기본을 얼마나 꾸준히 지키느냐가 몸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걸 반복해서 느낍니다. 검진 결과를 한번 꺼내서 혈당 수치를 확인해 보시는 것, 그게 첫 번째 시작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sO9Ll7pS5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