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4개월 차, 체중은 줄고 핏은 살아났는데 어느 순간 생리가 멈췄습니다.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두 달이 지나도 세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제 몸이 이미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처럼 식단과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생리가 멈춘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생리가 멈췄을 때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이유
처음 산부인과 문을 두드린 건 다이어트를 마친 뒤에도 3개월 넘게 생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몸무게는 정상 범위에 들어왔는데 몸 안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죠.
생리가 멈추면 자궁내막이 계속 쌓입니다. 배란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프로게스테론이란 배란 이후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으로, 자궁내막이 과도하게 두꺼워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게 나오지 않으면 에스트로겐만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환경이 되고, 내막은 그냥 계속 고이게 됩니다.
고인 물이 썩듯, 이 상태가 오래되면 자궁내막 증식증을 거쳐 자궁내막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단순히 살을 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됐거든요. 3개월 이상 생리가 없다면 자궁내막암 위험도가 유의미하게 올라간다는 점은 국제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료 지침(2023)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출처: 국제다낭성난소증후군협회(ISGE)).
피임약이 치료제라는 말, 처음 들으면 당황스럽지 않나요
산부인과에서 피임약을 처방받았을 때 솔직히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임신을 막는 약을 왜 치료에 쓰는 건지 선뜻 이해가 안 됐거든요.
알고 보니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1차 치료제가 바로 피임약입니다. 피임약 안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은 체내에서 성 호르몬 결합 글로불린(SHBG)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SHBG란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남성 호르몬을 붙잡아 두는 단백질로, 쉽게 말해 남성 호르몬이 마구 돌아다니지 못하게 결박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게 올라가면 유리 테스토스테론, 즉 실제로 몸에 작용하는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게 됩니다.
여기에 프로게스테론까지 함께 들어오니 시상하부-뇌하수체 축이 다시 정상적인 리듬으로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시상하부-뇌하수체 축이란 뇌에서 시작해 난소까지 이어지는 여성 호르몬 조절 회로를 말하는데,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에서는 이 회로가 교란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임약이 이 회로를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제 경우 피임약을 먹으면서 억지로 생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제 몸이 스스로 해야 할 걸 약의 힘을 빌리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남았거든요. 그래도 이 치료를 통해 남성 호르몬이 내려가고, 쌓이던 자궁내막도 정리되고, 호르몬 전반이 정상화된다는 걸 알고 나서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임신을 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경우에는 피임약 대신 배란 유도제를 써서 직접 배란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같은 질환인데 목표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갈리는 셈입니다.

인슐린 저항성과 식단, 숫자만 보다가 놓치는 것들
제가 식단을 짤 때 가장 집중했던 건 칼로리 숫자였습니다. 그런데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연결된 대사 문제를 알고 나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혈당을 처리하라는 신호를 세포가 무시하는 것인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당이 올라가고 인슐린 분비가 더 많아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에서 이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이게 남성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경로로도 연결됩니다.
식단에 대해서는 중국 충칭 의과대학의 메타분석(2019년, RCT 8개, 총 327명)과 이탈리아 카타니아 대학교의 메타분석(2025년, RCT 포함 10개 연구)이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저탄고지가 아니라 저탄고단백 중지방, 즉 탄수화물을 줄이되 단백질을 높이고 지방은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전체 칼로리도 낮추는 방식이 체중, 인슐린 저항성, 호르몬 지표 모두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는 내용입니다. 고지방 식단보다 저열량을 병행한 중단백 구성이 호르몬 정상화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거죠.
다만 이 효과는 4주 이상 지속해야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과체중이 아닌 마른 상태의 분들에게는 오히려 저탄수화물 접근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른 비만의 경우 근감소증이 핵심 문제이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줄이면 근육 회복이 더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숫자로만 보던 다이어트가 결국 이런 문제로 이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저도 그때 식단 구성을 조금 더 꼼꼼히 봤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운동이 결국 답이라는 말, 진부하지 않은 이유
운동하라는 말, 너무 자주 들어서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산부인과와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건, 운동이 체중 감소와 별개로 인슐린 저항성에 직접 작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중강도·고강도 신체 활동 지수가 높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지는 관계가 선형적으로 나타납니다. 선형적이라는 건 많이 할수록 비례해서 좋아진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관계는 체중 변화와 독립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살이 안 빠져도 운동 자체가 대사를 개선한다는 이야기입니다.
2023년 국제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료 지침에 명시된 운동 권고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출처: Jean Hailes for Women's Health).
- 중등도 유산소 운동: 주 150분 이상(권장 250분 이상)
- 고강도 유산소 운동: 주 75분 이상(권장 150분 이상)
- 근력 운동: 주 2회 이상, 비연속일로 구성
- 좌식 시간 줄이기: 틈틈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포함
운동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은 누적 50시간을 넘었을 때라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매일 1시간씩 해도 두 달 가까이 걸리는 분량입니다. 처음부터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습관으로 쌓아간다는 마음이 더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특히 42세 전후로 다낭성 난소 증후군 증상이 자연스럽게 완화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난소 기능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호르몬 불균형도 함께 가라앉는 흐름인데요. 그렇다고 그때까지 기다리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그 이후에는 폐경으로 인한 골밀도 감소와 근감소 문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결국 운동은 젊을 때부터 쌓아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생리가 멈췄을 때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넘겼던 게 제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는 걸, 이제는 정말 압니다. 다이어트를 계획 중이거나 이미 하고 있다면, 체중 숫자뿐 아니라 생리 주기도 같이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3개월 이상 생리가 없다면 일단 산부인과부터 들러보시는 것, 그것만큼은 꼭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으신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iX6-I5O8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