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처음 고혈압이 있는 회원님을 담당했을 때는 조심스러웠습니다. 혹시 운동 중에 혈압이 급격히 오르면 어떡하나 싶어서요. 그런데 막상 지도하다 보니 고혈압이 있다는 사실을 본인도 잊을 만큼 거리낌 없이 운동하시더라고요. 실제로 ACSM 가이드라인을 보면 고혈압 환자에게 오히려 운동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안정 시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분류되는데, 장기적인 운동 트레이닝이 혈압을 5~7mmHg까지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출처: 미국스포츠의학회) 저는 이 수치를 믿고 회원님께 맞는 프로그램을 짜드렸고, 실제로 뇌출혈 이후 움직임이 제한됐던 분이 운동 후 생활활동이 한결 편해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고혈압의 원인과 혈압관리의 중요성
고혈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전체 환자의 95%를 차지하는 일차성 고혈압(Primary Hypertension)은 유전적 요인과 고지방·고염 식이, 신체활동 부족 같은 생활습관이 원인입니다. 여기서 일차성 고혈압이란 특정 질환 없이 생활습관과 체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고혈압을 의미합니다. 반면 나머지 5%는 이차성 고혈압(Secondary Hypertension)으로, 만성신장질환이나 신동맥협착, 크롬친화세포종 같은 명확한 원인 질환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차성은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혈압도 함께 조절되는 경우입니다.
제가 만난 회원님들 중 부모님 세대는 거의 대부분 고혈압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혈압약만 드시고 운동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몸을 사리시더라고요. 사실 이건 오해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적 저항운동(Dynamic Resistance Exercise)도 유산소 운동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동적 저항운동이란 덤벨이나 머신을 이용해 근육을 수축·이완하며 움직이는 운동을 뜻합니다. 다만 2단계 고혈압 환자, 즉 수축기 혈압이 16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100mmHg 이상인 경우에는 의학적 평가를 먼저 받아야 합니다. 좌심실비대나 망막병증 같은 표적장기 질환(Target Organ Disease)이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하고요. 표적장기 질환은 고혈압으로 인해 심장, 신장, 눈 등 주요 장기에 손상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유산소·저항운동을 병행한 운동처방 원칙
ACSM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 환자에게 일주일 대부분, 즉 주 5~7일 동안 총 90~150분의 운동을 권장합니다. (출처: 대한운동사회) 운동 형태는 유산소 운동만 고집하지 말고 개인의 선호도를 반영해 저항운동이나 복합운동을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저도 실제로 회원님께 걷기나 사이클 같은 유산소와 함께 스쿼트, 레그프레스 같은 하체 저항운동을 병행했더니 혈압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운동 강도는 중강도(40~60% VO2R 또는 HRR)부터 시작하는 게 안전합니다. 여기서 VO2R은 최대산소섭취량 예비량(Volume of Oxygen Reserve)을 뜻하며, 개인의 심폐 능력 범위 내에서 운동 강도를 조절하는 지표입니다. HRR은 심박수 예비량(Heart Rate Reserve)으로, 최대심박수에서 안정 시 심박수를 뺀 값입니다. 쉽게 말해 내 몸이 운동할 수 있는 여유 심박수라고 보면 됩니다. 저는 회원님께 운동 중 수축기 혈압이 220mmHg를 넘지 않도록, 이완기 혈압도 105mmHg 이하를 유지하도록 신경 썼습니다. 실제로 운동 중에는 혈압이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 시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더 큽니다.
저항운동을 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발살바 조작(Valsalva Maneuver)입니다. 발살바 조작이란 무거운 중량을 들 때 숨을 참으면서 복압을 높이는 호흡법인데, 이렇게 하면 순간적으로 혈압이 급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원님께 "들어 올릴 때 내쉬고, 내릴 때 들이마시세요"라고 반복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숨을 쉬면서 운동하는 게 처음엔 어색하셔도 익숙해지면 혈압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신경운동, 즉 요가나 필라테스, 태극권 같은 저강도~중강도 운동도 세션당 20~30분씩 주 2~3일 병행하면 균형 감각과 유연성 향상에 좋습니다.
항고혈압제 복용 시 운동 고려사항
고혈압 환자의 상당수는 베타차단제(Beta-Blocker)나 이뇨제(Diuretics) 같은 약물을 복용합니다. 베타차단제는 심장 박동을 늦춰 혈압을 낮추는 약인데, 문제는 운동 중 심박수 반응이 둔화된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평소보다 운동해도 심박수가 잘 안 올라가기 때문에 심박수만 보고 강도를 판단하면 안 됩니다. 제 경험상 베타차단제를 드시는 분은 RPE(자각 운동 강도, Rating of Perceived Exertion) 척도로 "약간 힘들다(12~14점)" 정도를 유지하는 게 더 정확했습니다. 또한 비선택성 베타차단제는 최대하 운동능력까지 감소시킬 수 있어서 목표 강도를 처음부터 낮게 잡아야 합니다.

이뇨제를 복용하면 저칼륨증(Hypokalemia)이나 전해질 불균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칼륨증이란 혈액 내 칼륨 농도가 낮아진 상태로, 근육 경련이나 심장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뇨제를 드시는 회원님께는 운동 전후로 물을 충분히 마시고, 바나나나 토마토 같은 칼륨이 풍부한 음식을 챙겨 드시라고 권했습니다. 알파차단제나 칼슘채널차단제, 혈관확장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운동 후 갑작스럽게 혈압이 뚝 떨어지는 운동 후 저혈압(Post-Exercise Hypotension)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리운동 시간을 10~15분 정도 넉넉히 잡고,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걷기를 하면서 혈압과 심박수가 안정될 때까지 관찰했습니다.
제가 담당한 한 회원님은 뇌출혈을 겪으신 후 거의 움직임이 없었는데, 저와 운동을 시작하면서 생활활동이 편해지셨다고 하셨습니다. 운동을 막 시작할 때는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점차 강도를 올리면서 회원님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프로그램을 조정했더니 오히려 자신감을 되찾으셨더라고요. 고혈압이 있다고 해서 운동을 포기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적절한 운동이 약물 치료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혈압 관리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운동은 평생 약을 먹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질병 발병률이 높아지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그 시기를 늦추거나 아예 발병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고혈압도 마찬가지입니다. 약물로 혈압 수치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동으로 혈관 건강과 심폐 기능을 유지하면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집니다. 혹시 고혈압이 있어서 운동을 망설이고 계신다면, 일단 의사와 상담 후 전문가의 지도 아래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최소한의 움직임이라도 시작하면, 그게 평생 건강의 밑거름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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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blog.naver.com/minju3130/223455038445
「ACSM 11판」 9장_대사질환과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운동처방(고혈압, 대사
오늘은 저번에 이어 고혈압 환자나 대사증후군 환자, 비만인들을 위한 운동 처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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